-
-
244
- 작성자정우준
- 작성일2013-12-24
- 28270
- 동영상동영상
-
50세 여성 환자가 한겨울 추위에 손끝이 하얗다 못해 파랗게 변하고, 관절 마디마디가 아프며, 계단을 오를 때마다 숨이 차다면서 병원을 찾았다. 전신성 경화증(경피증)으로 판단돼 흉부방사선 검사를 한 결과, 폐 섬유화가 진행 중임을 알 수 있었다. 이에 심장초음파 검사를 시행해 전신성 경화증에 동반된 폐동맥 고혈압으로 최종 진단을 내렸다. 폐동맥 고혈압은 폐동맥 혈관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져 혈관이 수축돼 심장에서 폐로 가는 폐동맥 혈압이 상승하는 질환이다. 높은 혈압으로 우심장에 무리를 줘 숨이 차는 증세를 보이다 결국 심부전 등으로 사망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할 경우 2년 생존율이 50% 미만일 정도로 치명적이다. 국내엔 폐동맥 고혈압 환자가 2000명가량 있을 것으로 추정될 만큼 희귀질환이다. 환자는 대부분 중년 여성이다. 여성의 경우 폐동맥 고혈압 증상인 숨 가쁨, 운동 시 피로감을 무심코 넘기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 폐동맥 고혈압은 병이 진행될수록 호흡곤란과 피로 증상이 빈번해지고, 결국 옷을 갈아입거나 2층까지 걸어 올라가는 등 사소한 일상생활마저 힘들어진다. 이처럼 초기 증상이 가볍고 다른 증상과 혼동되기 쉬워 폐동맥 고혈압의 조기 진단은 쉽지 않다. 보통 폐동맥 고혈압은 심장초음파 검사를 통해 진단하는데, 환자 대부분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한 채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후 확진을 받곤 한다. 질병이 악화된 상태에서 치료할 경우 예후가 좋지 않아 의사로서 안타까울 때가 많다. 폐동맥 고혈압은 그 원인이 다양하고 명확지 않아 예방법도 없다. 따라서 특별한 이유 없이 몸이 피로하거나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는 등 폐동맥 고혈압 초기 증상이 의심된다면 병원을 찾아 진단을 받아보는 게 좋다. 특히 전신성 경화증, 루푸스, 류머티즘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을 가진 환자가 고위험군으로, 이들에게서 추운 겨울에 손끝이 하얗게 변하거나 파랗게 변하는 레이노 현상이 나타날 경우 폐동맥 고혈압을 의심할 수 있다. 폐동맥 고혈압은 과거엔 치료제가 딱히 없어 환자 대부분이 사망에 이를 정도로 불치병으로 인식됐다. 하지만 최근엔 폐동맥 고혈압에 효과가 있는 경구용 치료제가 개발돼 치료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재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는 칼슘길항제(CCB), 엔도텔린길항제(ERA), 포스포디에스테라제 억제제 등이 사용되며, 이 중 엔도텔린길항제로는 암브리센탄과 보센탄이 있다. 흡입제로는 프로스타사이클린 유도체 등이 사용된다. 폐동맥 고혈압은 조기에 발견하면 일반 고혈압처럼 꾸준한 관리를 통해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을 정도로 호전될 수 있다. 따라서 조기 진단을 통한 적극적인 치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창희 아주대학교 류마티스내과 교수 [주간동아 2013.12.16.]
-
242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12-17
- 29943
- 동영상동영상
-
의사의 중요한 일 중 하나는 환자한테 병을 알려 주는 것이다. 첫째 의사가 이렇게 말한다고 치자. “제부에서 촉지되는 연종괴가 허니아로 의심됩니다. 감별진단 후 외과로 전과하겠습니다.” 둘째 의사는 같은 내용을 이렇게 말한다. “배꼽 부위에서 만져지는 것이 바깥으로 튀어나온 창자 같습니다. 더 검사한 다음에 외과로 옮기겠습니다.” 환자는 둘째 의사의 말을 잘 알아듣고 따를 것이다. 실제로 의사가 환자한테 쉽게 풀이하면 병을 치료하는 데 도움 된다. 의사가 쉽게 풀이하려면 의학 용어가 쉬워야 하고, 의학 용어의 바탕인 해부학 용어부터 쉬워야 한다. 따라서 대한해부학회는 지난 25년 동안 어려운 해부학 용어를 쉽게 바꾸었다. 보기를 들면 다음과 같다. 상완→위팔, 관골→광대뼈, 슬관절→무릎관절, 건→힘줄, 구개→입천장, 소장→작은창자, 담낭→쓸개, 신장→콩팥, 안검→눈꺼풀. 이렇게 쉬운 새 용어를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있다. 일부 의사가 싫어한다. 어렵게 외운 옛 용어를 버리기가 아깝고, 새 용어를 익히기가 귀찮기 때문이다. “슬관절 대신에 무릎관절을 써서 의사한테 이로울 것이 없습니다.” 나는 이렇게 대꾸한다.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은 양반이 아닌 평민을 위한 것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새 용어는 의사가 아닌 환자를 위한 것입니다. 환자를 위해 조금만 양보하십시오. 그런데 환자를 위한 것이 의사를 위한 것이기도 합니다. 환자를 위한 의사한테 돈과 명예가 따르니까 그렇습니다.” 그리고 말을 덧붙인다. “법률가는 법률 용어를 쉽게 바꾸고 있습니다. 도과한→지난, 궐한→빠진, 개전의 정→뉘우치는 빛. 쉬운 법률 용어도 법률가가 아닌 비법률가를 위한 것입니다. 이처럼 어렵게 배운 전문 용어를 쉬운 말로 바꾸는 것은 기득권을 버리는 것입니다. 법률가보다 의사가 먼저 기득권을 버려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다른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나는 강의실에서 영어 용어로 가르친 다음에, 실습실에서 우리말 새 용어로 가르친다. 이렇게 따지는 학생도 있다. “아직은 쓸개라고 말하는 의사보다 담낭이라고 말하는 의사가 많습니다.” 나는 새 용어로 말하라고 구슬린다. “내가 어릴 때에는 기생충 없는 사람보다 기생충 있는 사람이 많았다. 그때에는 기생충 있는 것이 옳았겠냐? 많다고 꼭 옳은 것이 아니다. 많은 의사가 담낭이라고 말해도, 너는 쓸개라고 말해라.” 새용어로 가르치면 학생이 더 똑똑해진다. 옛날 해부학 시험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 “지주막하강에 대해서 쓰시오.” 학생이 이렇게 답을 써도 점수를 조금 주었다. “거미처럼 생긴 막의 밑에 있는 공간이다.” 그런데 요즘에는 새 용어로 문제를 낸다. “거미막밑공간에 대해서 쓰시오.” 옛날처럼 문제를 풀어서 쓰면 점수를 주지 않고, 뜻있는 내용을 써야 점수를 준다. 지주막하강처럼 어려운 일본 한자를 외울 시간에 뜻있는 내용을 익히는 것이 나중 환자를 위해서 훨씬 낫다. 전국의 해부학 선생은 새 용어로 가르치고 있고, 따라서 의과대학 학생은 해부학 실습실에서 새 용어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이 학생이 의사로 자리잡으면, 옛 의학 용어가 사라질 것이다. 그러므로 해부학 실습실은 새 의학 용어가 뿌리를 내리는 곳이라고 말할 수 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신문에 한자가 가득 있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서 한자를 많이 외워야 신문을 읽을 수 있었다. 조선 시대에 양반만 글을 읽은 것과 비슷하였다. 다행히 요즘에는 한자가 사라져서 어린이도 신문을 읽을 수 있다. 중국, 일본에서 우리를 부러워하는 것 중 하나이다. 한자가 사라져서 잃은 것도 있지만 얻은 것이 훨씬 많다. 마찬가지로 새 의학 용어가 자리잡으면 얻을 것이 많다. 쉬운 말이 좋은 말이고, 좋은 말이 끝내 이긴다. 정민석 아주대 의대 해부학교실 교수 [한겨레 2013.12.13.]
-
240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12-16
- 28807
- 동영상동영상
-
-
238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12-16
- 29017
- 동영상동영상
-
-
236
- 작성자이지윤
- 작성일2013-12-12
- 29051
- 동영상동영상